시라노 연애 조작단 by 선율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을 봤다. 관객은 세 명. 나를 제외한 두 명은 붙어 앉아 있었다.
중간에 나도 몰래 옛 생각이 나는 바람에 약간 놓쳤지만 그래도 재밌게 보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진동을 울리는 전화기에 어머니가 표시된 걸 보고,
영화 덕분에 사르르 녹던 마음이 바로 굳어버렸다. 감정이 잠깐 끊겼다는 이유로, 전화기를 미리 꺼두지 않은 걸 후회했다.
요즘 나의 최대 근심거리는 바로 어머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 같은 자식을 둔 어머니다. 내가 어떤 자식인지는 구구절절 쓰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전화기를 끄고 영화를 즐겼다. 굳어버린 마음도 금세 왈랑왈랑 춤을 췄다. 생각해보니 '최대 근심거리'라는 표현이 조금 무색하네.
영화관을 뒤로하고 나오는 길이 무진장 우울했다. 사실, 혼자 영화 보는 걸 꺼리는 이유가, 끝나고 혼자 나오는 길이 쓸쓸해서인데
오늘은 그냥 영화 때문에 우울했다. 나는, '나도 내 맘을 모르겠어.'라는 말을 싫어한다. 자기 생각을 모른다는 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다. 무엇이 나를 우울하게 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꽤 많이 우울했다. 이건 조금 더 생각해봐야지..

우울했다는 얘기와는 관계없는데, 오늘 새벽에 옛사람에게 전화가 왔었다. 받지 않았다. 더는 연락하지 않겠다던 사람이 다시 연락을 한 건,
술에 취했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거다. 이유가 있다면 그게 뭔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혹시 못다 한 이야기가 남았어도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 그 사람도 이 영화를 봤나? 그래서 한번 전화해봤나?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종일 이 곡을 들었다. 노랫말 때문에 마음이 계속 서걱서걱..
'이제는 모두 돌아가 제자리에 앉는다.'


어른의 눈물 by 선율

반년 전쯤이었나.
길에서 한 아주머니가 서럽게 우시는 걸 봤다. 어머니 또래로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도 결국 감추지 못한 슬픔..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슬퍼하셨을까. 나도 목이 멨다. 누군가의 어머니일 텐데. 만약 우리 어머니가 길에서 저렇게 우신다면..
아이의 눈물이든 어른의 눈물이든 슬픈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어른의 눈물은 오래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먹먹하다.
몇십 년을 살아온 삶의 무게를 무너뜨릴 만큼의 서러운 일이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족의 배신이었을까. 가족의 죽음이었을까. 가족. 그런 서러운 눈물을 만든 게 가족이 아니라면 뭘까 생각해봐도 다른 게 떠오르지 않는다.
가족 때문에 느끼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가끔, 가족 때문에 생기는 슬픔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대신 행복도 포기하겠다고 말이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생각이다.
행복이 있으면 슬픔도 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슬픔이 있어야 행복도 있다고 생각한다. 슬픔이란 게 없다면 행복의 기준 자체가 없을걸.
인생은 금물;


어쨌든 그 아주머니, 지금은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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